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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JTS 교육파트 이세형(사니야)

오랜만에 싯다르타하우스(수자타아카데미 기숙사 건물)이 시끌벅적합니다. 오늘은 수자타아카데미 중학교 여학생들의 수련이 있는 날입니다. 올해 들어 두 번째 수련인데 6학년부터 8학년까지 총 47명이 함께 수련을 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랍니다. 이번 수련은 TTT(Train The Teacher)수련이라고 해서 말 그대로 교사를 위한 수련이지요. 아니 학생들의 수련이라며 교사를 위한 수련이라니 좀 아이러니 하지요?


 여기서 잠깐!!
수자타아카데미는 총 14개의 유치원과 분교와 본교를 합쳐 총 3개의 초등학교, 그리고 중학교가 있습니다. 유치원과 본교, 분교를 운영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자원봉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바로 중학교 학생들이 오전에는 유치원과 본교, 분교에서 교사로 활동을 하고 오후에는 중학교 수업을 받고 있지요. 한 마디로 오전에는 선생님, 오후에는 학생인 샘입니다.

  수자타아카데미 중학생(이곳에서는 리더(Leader)라고 불리우는)들은 초등학교(5학년)만 졸업하면 바로 교사가 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생이 선생님이 되는 것이지요. 키가 좀 큰 아이들은 그래도 제법 선생님 티가 나지만 키가 작은 아이들은 (특히 이곳 아이들은 더더욱 작고 비쩍 마른 모습들인지라) 누가 선생님인지 학생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입니다. 본인보다 더 큰 자전거를 타고 매일 유치원에 가는 모습을 보면 어떤 때는 대견하다가도 어떤 때는 가슴이 뭉클하기도 합니다. 한창 하고 싶은 거 하고 맘껏 놀고 싶은 나이인데 유치원과 학교를 책임져야하니 말입니다.

 더욱이 유치원에 대한 주변의 관심이 끊이질 않으니 이 또한 아이들의 몫이 됩니다. 왜 제 시간에 문을 열지 않느냐, 잘 가르치지 못한다, 특별식으로 주는 과일이 썩었다 등 하루에도 몇 번씩 학부모들의 불만을 들어내야 하니까요. 교장인 저 역시도 늘 아이들에게 “너희는 어린애가 아니다. 교사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로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유치원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며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그런데도 뭐가 그리 좋은지 매일 아침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나마스떼~ 시스터~ ” 하는 모습에 가슴 뭉클해지는 것이지요. 어쩌면 이 아이들에게 학교와 유치원에 대한 책임의식이 우리가 걱정하는 것처럼 무거운 것만은 아닌가 봅니다.


  최근 들어 유치원 교사들의 자질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6학년 신입생들이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해서 유치원 아이들 수준이 많이 떨어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있던 터였습니다. 아이들 역시 수업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구요. 생각해보면 수업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제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어떻게 수업을 진행하겠습니까. 말귀나 제대로 알아들으면 모르지만 본인 이름도 모르는 코흘리개 아가들을 대상으로 말입니다.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싶어 교사들과 의논을 했습니다. 지금 중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30분이라는 시간 동안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일이었습니다. 한국처럼 교재와 교구라도 다양하면 좋으련만 이곳 둥게스와리에서 그런 것들을 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그러다 문득 선배 교사가 후배들에게 교수법을 전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딱히 외부에서 초빙할만한 교사도 없고, 있어도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가 않으니까요. 교사들도 처음에는 조금 부담스러워 하다가 후배들을 위해서 해보겠다고 선뜻 동의해주었습니다. 대학생 교사들 역시 신입 중학생 시절이 있었고, 마찬가지로 수업에 대한 부담감을 겪었기 때문에 이해하는 마음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일주일 전부터 수업준비를 했습니다. 유치원에서 하고 있는 힌디, 영어, 수학 수업을 3명의 선배교사(트레이너)가 실제 수업처럼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힌디는 수자타아카데미의 유일한 인도인 스텝 아르준(교사 경력 12년. 현재 수자타아카데미 본교 책임교사)이 맡기로 했습니다. 아르준은 힌디 알파벳을 모두 프린트하고 베테랑 교사답게 수업 준비를 했습니다. 영어는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책임감 있고 성실한 빠완(교사 경력 현재 수자타아카데미 5-B반과 8학년 담임교사)이, 수학은 만능엔터테이너 란제이(교사 경력 현재 수자타아카데미 5-A반 담임과 8학년 부담임교사)가 맡기로 했습니다. 수자타아카데미 교사 최강 3인방의 수업이 저 역시도 기대가 됐습니다.

“수업 시간 30분 모델을 만들어라!”

토요일 오후 3시. 드디어 수련이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싯다르타하우스 이용원칙과 공지사항을 알리고 첫 번째 수학 수업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습니다. 란제이의 등장에 까불까불하던 수련생들이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란제이는 평소 말주변이 좋고 특히 유머감각이 뛰어납니다. 다른 교사들과는 달리 전혀 수업 준비를 하지 않아 내심 어떻게 가르치려고 하나 하는 걱정을 했었거든요. 근데 웬걸요.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줄 알았던 란제이의 수업에 수련생들의 눈빛이 밝아지기 시작했어요.  (세로선)과    (가로선), 동그라미(보름달)와 반 동그라미(반달)로 모든 숫자를 표현해냈습니다. 그리고 수업의 마지막은 수련생들이 원을 지어 돌다가 교사가 부르는 숫자대로 사람 수를 맞추는 놀이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뜨거운 박수와 함께 즐거워하는 수련생들의 모습을 보니 제가 괜한 걱정을 한 게 맞지요?



두 번째는 힌디 수업 모델로 12년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아르준이 맡았습니다. 평소 아르준은 침착한 성격이면서 꼼꼼하고 세심하기까지 하답니다. 그런 아르준답게 차분하게, 하지만 모두를 집중시킬 만큼 완벽한 수업을 재현해냈습니다. 학생들에게 힌디 알파벳 카드를 하나씩 주면서 “이게 여러분의 새로운 이름입니다. 지금까지의 이름은 잊고 새로운 이름을 부르면 일어나세요”수련생들은 손에 쥔대로 일어서고 일어선 아이들끼리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냈습니다. 아르준은 더불어 아이들에게 질문을 자주하여 집중을 시켜야 한다던지, 아이들이 모두 수업을 따라오는지 파악해야한다는 것, 더불어 유치원생을 대할 때 어떻게 하는 지까지 알려주었습니다. 사실 유치원 교사들이 더욱 힘들어하는 부분이 바로 유치원 아이들을 어떻게 대할지 하는 부분이거든요. 아르준의 수업 시간에 유독 집중하는 수련생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해보입니다.

세 번째 영어수업 모델을 맡은 교사는 빠완입니다.  교사들 중 가장 성적이 우수하지만 무뚝뚝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빠완인지라 다른 트레이너보다 수업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던 터였습니다. 그래서 몇몇 교사들, 저까지 힘을 모아 수업 준비를 도왔습니다. 수업에 사용할 과일 그림 몇 개와 동물 그림 몇 개를 직접 그리고 크레파스로 색칠 했습니다. 사실 대학생 교사들도 일찌감치 교사생활을 시작해서(6학년부터 시작하니까요) 선배교사이지 실지로 그들의 나이도 겨우 10대 후반일 뿐입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하는 그림그리기에 다들 신나했지요. 빠완의 수업 시간이 되고 우리가 직접 그려준 그림들을 이용해 수업을 하는 빠완을 보며 다시 한 번 신나했습니다. 그런데 더 재밌는 것은 빠완의 그림실력이었습니다. 칠판에 집을 그리고 그 위에 영어로 이름을 써 넣은 다음 동물그림을 각각의 이름이 쓰인 집 위에 붙이는 교수법인데 아무리 집을 그려도 수련생들이 집인 줄을 모르는 것입니다. 당황스러워하는 빠완을 보며 마냥 재밌어하는 우리를 향해 SOS를 보내는 빠완입니다. 그 모습에 학생들도 즐겁고 보는 우리도 즐겁고 빠완도 즐겁고... 내성적인 빠완의 수업이 그렇게 즐겁게 끝이 났습니다.

이렇게 해서 세 과목의 수업 모델이 완성되었습니다. 겨우 30분씩 총 90분을 투자했을 뿐인데 수련생들의 눈빛이 많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그 전에는 그저 옆 친구와 조금이라도 더 수다 떨 궁리로 가득 차 요리 조리 굴리던 눈동자가 자신감으로 가득 차 반짝반짝 빛이 났습니다.

학생, 교사(트레이너) 되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이제 수련생들이 실제로 수업을 해보는 시간입니다. 각 그룹 담당 교사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어떤 과목과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할지 의논했습니다. 전지에 각자 수업할 내용을 그리는 수련생들도 있고, 트레이너들이 사용했던 도구들을 다시 재활용하는 수련생들도 있습니다. 종이 울리고 수련생들의 발표시간이 되었습니다. 총 일곱 개 조에서 각 한 명씩 나와 교수법을 발표했습니다. 다른 조들은 모두 8학년생이 발표를 했는데 유일하게 한 조만 6학년 수련생이 나왔습니다. 자그디스푸르 유치원 교사인 프리티라는 키가 작고 깡마른, 하지만 눈이 아주 예쁜 학생입니다.

 얼마 전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넘어졌다며 울면서 돌아왔던 프리티의 모습을 생각하며 ‘어리게만 보이는 프리티가 이렇게 많은 수련생 앞에서 과연 발표를 잘 할 수 있을까’ 내심 걱정하는 마음으로 발표를 들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프리티의 발표를 들으면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주 조그맣고 깡마른 프리티가 완벽한 교사의 모습으로 바뀌어있었으니까요. 조그만 몸에서 어떻게 저런 우렁찬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지. 적당한 순간에 질문을 던지는 것도 그렇고, 한 명 한 명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것도 그렇고, 장난스럽게 던지는 질문에 능수능란하게 답변하는 것도 그렇고 꼭 몇 십 년 된 교사 같았습니다. 수련생들도 그런 프리티의 수업에 즐거워했습니다.

 일곱 개 조의 발표가 모두 끝났습니다. 한 조 한 조 발표할 때마다 어떤 점은 아쉽고 어떤 점은 좋았는지 바로 바로 평가를 해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뒤로 갈수록 수련생들의 발표실력과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비록 전문 교사도 아니고, 훌륭한 교구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련생들의 모습에서 희망이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누구나 서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알려주고, 조금만 기다려준다면 점점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학생들 스스로가 유능한 트레이너라는 것도요.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배우고, 느끼고, 그러면서 성장해나갈 수 있다는 그런 희망이 말입니다.

디레디레 틱 호자이가(서서히 나아질 거야)!!

 수자타아카데미 교장을 맡은 지 4개월이 지났습니다. 초등학교 학생 800여 명과 중학생 90여 명, 그리고 유치원생 1,300여 명까지. 매일 아침 조회 때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는 아이들이 사랑스럽기도 하고 유치원 방문 때 저를 보고 우는 유아반 아이들을 보면서 즐거워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모든 아이들을 책임져야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기도 하고, 하나같이 문제점들만 보여서 하루아침에 바꿔보려는 욕심을 내기도 했습니다. 주변의 평가에 안절부절하며 교사들을, 중학생들을, 스스로를 탓하기 바빴습니다. 그런 저에게 이번 수련은 참 많은 위로가 되어 주었고 힘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래 처음부터 나도 너무 욕심을 부렸구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고 나아지는 것을... 우리 아이들처럼’여유가 생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치원에 보내놓고 제대로 하려나, 수업 안 하고 놀기만 하면 어쩌나 걱정만 했던 중학생들에 대한 마음이 이해와 믿음으로 바뀌었습니다. 무조건 걱정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잘 할 수 있게 도와주고 힘을 실어주는 일이 바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구나 싶습니다.

이번에 처음 시도했던 TTT수련은 앞으로 좀 더 체계를 잡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러면 수련생이 트레이너가 돼서 다시 수련생을 지도할 수 있을 정도가 되겠지요. 수자타아카데미의 모든 중학생이 트레이너가 될 그날까지 TTT수련을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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