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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간은 짧았지만 긴 여운을 남긴 한국의 청소년들


김재령(ANUP, 인도 JTS 마을개발, 건축 담당)



한국 청소년들 수자타 아카데미에 오다

  한국에서 청소년 단기 출가팀 40여명이 인도에 자원봉사를 하러 온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국에서 곱게 자란 고등학교 학생들이서 머리는 좋지만 육체적 노동을 하지 않고 함께 살아본 경험이 없기에 낯 설은 인도에서 인도 사람들과 함께 일을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염려가 되었다. 꼴까타에서 밤기차를 탄 정영수 선생님과 청소년들은 인도 JTS 수자타 아카데미가 있는 가야역에 아침에 떨어졌다. 인도에 처음 오는 청소년들이라서 나는 새벽부터 가야역에 나가서 그들을 마중하였다. 복잡한 기차와 역에서 두눈이 부스스한 우리 청소년들이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네지만 나를 경계하는 눈빛이 역력하다. 그럴 만도 하다. 낯선 인도 기차역에서 인도인처럼 생긴 사람이 한국말을 하니 약간 이상하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색한 시간도 잠깐 정영수 선생님이 나를 소개하고 나서부터 청소년들은 인도에 대해서 이것저것 귀찮을 정도로 물어본다. 청소년 특유의 밝고 가벼움이 전해진다. 가야에서 아침을 먹고 트럭 2대에 청소년들을 나눠 태우고 수자타 아카데미로 오는데 트럭 엔진과 경적 소리보다 더 큰 우리 청소년들의 재잘거림이 햇살보다 더 밝게 가야의 거리를 달린다. 인도의 농촌 풍경이 얼마나 신기할까? 우리 청소년들의 재잘거림에 인도인들도 환하게 손을 흔들어주니 우리 청소년들은 신이 절로 났다. 드디어 우리 청소년들은 기아와 질병, 문맹 퇴치를 하는 인도 JTS 수자타 아카데미에 곱게 핀 유채꽃의 다소곳한 인사를 받으며 도착했다.



불편함 가운데 생기는 사람사이의 정

  수자타 아카데미가 있는 둥게스와리는 한국의 70년대 농촌 풍경과 문화를 가지고 있다. 내가 어린 시절 자라던 강원도 태백 사람들의 정이 이곳에서도 느껴지고, 친근하게 보아오던 외갓집 풍경을 이곳에서는 매일 보니 나는 굉장히 이곳이 편안하고 친근하고 좋다. 하지만 휴대폰과 인터넷, 게임과 도시 문화에 길들여진 우리 청소년들에게 이곳 둥게스와리는 매우 불편하고 보수적인 동네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았다. 또한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물도 발전기를 돌려야 하니 청소년들은 전기와 물을 마음껏 쓸 수도 없고 숙소도 한국에 있는 집에 비하면 형편없는 시설이다. 이런 저런 것들이 청소년들이 오니 다 신경이 쓰였다.
 내가 학창시절에 설이나 추석에 큰집에 가는 것이 참 불편했다. 발 디딜 틈 없는 버스와 기차를 타고, 사람들 틈에 부대껴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안 잃어버리고 동생들을 사람들 틈에서 보호하려고 온갖 애를 쓰면서 가족에 대한 애정이 더 커졌던 기억. 좁은 방에서 많은 친척들과 쪽잠을 잤지만 늘 설과 추석이 기다려졌던 것은 그 불편한 속에 사람 사는 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청소년들이 와서 구호활동을 하면 얼마나 하겠는가? 나는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불편함 가운데 생기는 사람사이의 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약할 것 같지만 결코 약하지 않은 청소년들

  한국의 청소년들이 내부 정비를 마치고 드디어 본격적인 구호활동을 시작했다. 마을에서 요청하였지만 인도 JTS에서 여건이 되지 않아서 진행하지 못한 일거리를 이번에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일감으로 주었다. 불가촉천민 마을의 핸드펌프 배수로 공사 및 유치원 담장과 유치원 빗물 배수로 공사였다. 청소년들에게 일감으로 주긴 하였지만 걱정되는 마음이 많이 앞섰다. 이번 일거리는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고 육체적으로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우리 청소년들이 사고 없이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멈추지 않았다. 너무 무리한 일거리를 청소년들에게 준 것은 아닌지 반성도 되었다. 악취가 나는 하수가 흐르는 땅을 파서 배수로를 만들어야 하고 어른들도 힘들다는 시멘트를 비벼야하는 막노동이었는데 한국의 청소년들은 나의 생각이 기우였음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거뜬하게 이런 일들을 잘 하였다.

인도 건축부 노동자들 대부분은 학력이 낮아서 영어도 잘 못해서 청소년들이 의사소통에도 많이 불편하고 마을에서 자기들이 먹을 점심을 마을 사람들과 함께 인도식으로 만들어 먹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난생 처음 하는 건축 노동일을 우리 청소년들은 기간 안에 무사히 잘 마쳤다. 인도에서 줄 것은 없고 청소년들이 마을에서 애쓰는 모습이 기특해서 과자를 한 번 간식으로 주었는데 환호성이 터지고 난리가 났다. 아마도 한국에서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과자였는데 인도다 보니 청소년들은 너무 좋아했다. 온실 속에서 자라서 약할 것만 같던 청소년들이지만 막상 환경이 바뀌니 그들은 결코 약하지 않았고 주어진 과제에 책임감 있게 임하는 모습에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희망이 보였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 협동과 노동의 기쁨을 맛보다

 청소년들이 마을에서 한 일들은 마을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는데 여러 가지 여건이 맞지 않아서 실행하지 못한 일거리들이었다. 이번에 청소년들이 와서 불가촉천민 마을에 배수로를 만들어주어서 마을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게 핸드펌프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우기가 되면 만성적으로 빗물이 유치원을 덮쳐서 학생과 주민을 불편하게 했었는데 이제 이런 불편이 없어졌다. 청소년들이 인도 건축부 노동자들과 한 일들은 그 자체로 마을 사람들의 불편을 많이 덜어주는 것이었고, 유치원 학생들이 영어와 힌디, 숫자를 잘 익히게 하기 위해서 그림을 그렸는데 그것은 이곳 둥게스와리 유치원에서 아주 훌륭한 교육 자료가 되었다.
 나는 한국의 청소년들이 이곳 둥게스와리에서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의 불편을 덜어주고 남을 위해서 한 여러 가지 활동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좋은 경험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청소년들이 이런 구호활동과 노동을 하는 과정에서 남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협동하는 것을 배우기를 바랐다.  마을에 나가기 전에 항상 청소년들과 짧은 만남을 가졌는데 나는 나의 간절함을 담아서 “육체적 노동이 힘든 것은 아니다. 남을 의식해서 무리할 때 힘든 것이다. 남보다 잘 하려고 하지 말고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내가 가진 체력으로 꾸준히 하면 노동이 힘든 것이 아니라 기쁨으로 다가올 것이다.”라고 청소년들에게 부탁을 했다. 청소년들이 둥게스와리 마을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듯이 나는 청소년들에게 협동과 노동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정성과 헌신으로 서로 정을 나누다

 한국의 청소년들은 인도보다 훨씬 풍요롭게 살아서인지 그늘이 별로 없어 보였다. 하지만 서로의 인간관계에서 정성을 기울이는 모습은 잘 안 보였다. 도시 문명의 탓도 있을 것이다. 서로 의지하지 않고 살아도 크게 불편하지 않는 도시의 삶이 어쩌면 청소년들에게 사람사이의 애틋한 정과 헌신하는 모습을 앗아갔는지 모른다. 풍요와 도시문명의 대가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청소년들을 보면서 많이 들었다. 청소년들은 구호활동과 노동을 하면서 인도 건축부 노동자들과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이 친해졌다. 그것은 건축부 노동자들이 청소년들에게 정성을 다하고 헌신하는 모습이 있었기에 말도 잘 안 통하고 기간도 짧았지만 친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헤어지는 날 우리 노동자와 청소년들이 서로 우는 것을 보면서 나도 잔잔한 감동이 일었다. 이번 청소년들의 구호활동과 노동은 마을 사람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청소년들에게도 한국에서 잘 맛볼 수 없는 것들을 경험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청소년들과 헤어질 때 포옹을 하였는데 참으로 오랜만에 맛보는 사람사이의 정이었다. 이번에 둥게스와리에서 만난 청소년들을 한국에서 둥게스와리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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