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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스름한 새벽 540필리핀JTS 이원주대표님이 산골 오지의 3살에서 6살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준 모자가 달린 츄리닝과 한국에서 기증받은 손수 떠준 모자와 목도리를 배분하기 위해 새벽에 길을 나섰습니다.원래는 학용품 지원이 들어가는 7월에 주려고 했는데 산골 아이들 배분명단이 제 때 들어오지 않고 계속 늘어져서 결국에는 해를 넘기고 말았습니다. 


 3명의 한국인 활동가가 한국에 보수 교육을 갔고, 남은 활동가도 워터시스템(식수사업)으로 출장 가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민다나오 사업장 국장인 저와 현지인 마을개발 봉사자인 레야, 농사 담당인 빠도아저씨와 길을 나섰습니다짐은 우리가 들고 갈 수가 없어서 알라원(Alawon) 사람들에게 부탁했습니다통신 상태가 안정적이지 않아 전화를 해도 연결 안 되는 것이 부지기수이고 문자를 보내도 가타부타 답변이 한참 없었습니다그러다 드디어 사람들이 센터에 들려서 하루 전에야 짐을 가져갔습니다.

 

 요즘 들어 안개가 엄청 자주 끼고 흐리고 하루 전에도 안개비가 하루 종일 내려 우비를 준비해가기로 했습니다센터가 있는 곳도 그렇지만 알라원은 우리보다 더 지대가 100미터나 높은 1,200미터 고지이다 보니 비가 더욱 자주 내립니다.


 그래도 어제의 걱정과 달리 새벽부터 달빛이 휘엉쳥 걸리고 밝더니 산행하기에는 딱 좋은 날씨입니다
.  그러나 며칠 째 계속 안개가 끼고 흐리고 비가 와서 그런지 길은 이제까지 갔던 때에 비하여 많이 미끄러웠습니다수차례 미끄러지고 하면서 출발한지 2시간 15분만에 알라원 마을에 도착습니다마을 초입의 길이 넓혀지고 정비가 되어 번듯해졌습니다반갑게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교실 앞 난간에서 싸간 도시락으로 아침밥을 먹었습니다마을 주민들이 삶은 카사바와 커피를 끓여내어 주었습니다달달한 커피를 먼저 마시니 피곤함이 풀리는 듯 합니다

 밥을 먹고 나니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고 교실 안으로 들어가 차례대로 의자에 앉습니다유아들은 엄마랑 같이 앉아 있고 초등학생아이들이 다른 한 켠에 앉습니다선생님이 비샤아어(필리핀 민다나오에서 통용되는 언어)로 우리가 가져온 물건들을 안내해준다12명의 3세에서 6세의 어린이 이름을 부르면 엄마나 아버지가 같이 나와 아이의 츄리닝을 받아 들어갑니다한 사람에게 두벌씩 주었는데, 아이들은 외국사람이나 이 상황이 낯설지만 부모님들은 무척 좋아합니다자리로 돌아가서 아이들 옷을 맞는지 입혀보라고 하니 하나둘 씩 입혀봅니다이 추운 곳에서 모자가 달린 츄리닝은 무척 유용하고 필요한 옷입니다교실 안으로 들어오지 않은 마을 주민들도 열린 창문틈새로 안을 들여보며 기분좋은 웃음을 비칩니다.

 

 유아들의 순서가 끝나고 이제 초등학생들에게 모자와 목도리를 나눠주는 시간모자는 아주 각양각색이고 목도리는 빨간, 분홍, 주황, 연두빛색으로 4가지입니다원래 계획은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면 제가 나눠주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아이들이 나와서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가져가게 하자고 제안했고, ", 그게 더 좋은 생각이네요" 하면서 바로 그렇게 했습니다선생님이 한명 씩 이름을 부릅니다이름이 불려진 아이가 나와 목도리를 고르고 모자를 집어듭니다그러나 알라원(Alawon) 아이들은 별 망설임도 없이 그냥 순서대로 하나씩 주어듭니다남자아이들도 분홍색이나 빨강색도 서슴없이 고릅니다. 나같으면 이걸 고를까 저걸 고를까 망설이고 주저하고 욕심을 내어보느라 시간을 오래 끌 것 같았습니다그러나 이 아이들은 욕심이 없으니 망설임도 없는 것인지. 성별에 따른 선호도 안보이고아이들의 모습에 내가 속으로 더 놀랐습니다.

 

 자기 자리로 돌아가 모자를 쓰고 목도리의 냄새를 맡아보며 부드러운 촉감을 즐기다 목도리를 둘러 맵니다아이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피어납니다자기들 이름을 부를 때마다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번집니다. 

오늘 학교에 못 온 아이들 8명 것만 나누고 남겨두고모두 학교 밖으로 나와 국기계양대 앞에서 단체 사진촬영을 했습니다먼저 츄리닝을 입은 아이들과 엄마, 아빠들 같이 찍는다. 어린 아이들이다보니 한 줄로 서는게 쉽지 않습니다그러다 유독 츄리닝이 꽉끼는 아이가 있습니다선생님이 조사해준 키에 맞춰서 츄리닝 사이즈를 나눴는데, 그 아이의 경우는 살이 아주 통통하게 쪄서 츄리닝이 꽉 맞고 배가 볼록하니 나왔습니다.  그 모습에 온 마을 사람들이 웃습니다유아들과 초등학생들 같이 단체 촬영을 하고 마쳤습니다



 어느새 아이들은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농구골대에서 놀거나 이리저리 돌아다닙니다모자를 쓰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찍으려하면 금새 모여듭니다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두르고 수줍으면서도 만족스러운 얼굴이 한가득입니다. 그 모습을 보는 저는 더 좋습니다. 정말 이 추운 산골에서 더없이 필요한 게 모자와 목도리니깐요다 끝나고 인사를 나누니 올 때보다 더 따뜻한 느낌입니다주말이 되어 교사 숙소를 떠나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선생님과 함께 일행 모두 내려오는 발걸음은 출발할 때보다 더 가볍고 따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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