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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JTS의 자급자족 고군분투기


필리핀은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확산세가 강해지는 양상을 보여 수도 마닐라를 비롯해 지역사회 봉쇄 조치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도로 곳곳에는 공무원들이 차량 탑승자들의 체온을 검사하고 신분증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동사무소에 해당하는 바랑가이에서 발급받은 주소지와 목적지가 명시된 확인증을 검사한 후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만 체크포인트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도시에서는 은행, 약국, 슈퍼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가게는 영업을 중지했습니다.



체크포인트 사진



확인증



필리핀JTS 센터에서


지역사회 봉쇄 조치의 영향으로 자재 공급이 어렵게 되자 필리핀JTS도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잦은 출장으로 바쁘게 지냈던 활동가들은 오랜만에 장기간 센터에 머물 수 있게 된 상황을 오히려 좋은 기회로 여기고 센터 곳곳의 부지를 정비하고 농작물을 잘 가꾸며 지내고 있습니다.


리틀 포레스트 내·외부 모습













비닐하우스 내부와 외부 밭, 여기는 리틀 포레스트입니다. 활동가들은 지금은 많이 부족하지만, 이곳에서 생산한 작물로 자급자족하는 것을 꿈꾸며 여러 가지 실험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킴스 팜 앞에서 김상훈 활동가



사요떼

리틀 포레스트 내부에는 고추, 방울토마토, 상추, 쪽파 등이, 외부에는 스위트 콘, 공심채, 부추 등이  총 20가지의 작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부 밭 한쪽에는 대나무를 얼기설기 엮어 만든 공간이 있는데 이 공간을 가꾸는 활동가의 이름을 따서 킴스 팜이라고 불립니다. 무를 좋아하는 활동가가 무와 비슷한 종류인 현지 작물 사요떼를 굉장히 사심을 담아서^^ 정성스럽게 기르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사요떼가 잘 열렸습니다.



연못에서 가져온 흙



왕겨와 왕겨훈탄


어제는 새로운 작물을 심기 위해 1개의 두둑을 만들고 작물 수확 후 쉬고 있던 땅에 흙과 퇴비 등을 보충해줬습니다. 연못을 파낼 때 모아뒀던 흙을 가져왔습니다. 그 위에 흙양과 같은 비율로 왕겨와 왕겨훈탄(왕겨를 태운 것)을 뿌리고 흙과 잘 섞이게 땅을 뒤집어 줍니다. 흙에 왕겨와 왕겨훈탄을 섞으면 이것들이 흙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서 흙이 뭉치는 것을 방지해주고 수분을 머금고 있어 흙의 촉촉한 상태를 유지해줍니다.

 




 

여기에 동물의 대변과 풀을 켜켜이 쌓아 숙성시킨 영양분이 가득한 자연 퇴비를 살살 뿌려줍니다. 퇴비가 섞일 수 있게 삽으로 살짝만 뒤집어줬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곳에서 새로운 생명이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물을 충분히 뿌려줍니다. 4명의 활동가가 부지런히 움직여서 두둑 만들기와 정비하는 일을 금새 마치고 청경채와 당근 씨앗까지 뿌렸습니다.



포대로 두둑 덮어주기


당근 씨는 씨 자체가 오래된 터라 발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씨앗을 줄줄이 뿌려서 심는 줄 파종으로 15줄을 심었습니다. 당근의 씨는 아주 작고 가볍습니다. 혹시나 씨가 바람에 날리거나 뜨거운 햇빛에 마르지 않을까 염려스러운 마음에 아이 이불을 덮어주듯 포대로 두둑을 덮어주었습니다. 아이를 길러보지 않았지만 이런게 아이를 돌보는 엄마의 마음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밭의 빈 곳에 작물을 심기 위해 지난주 모종판에 바질, 샐러리 등 13가지 작물 씨앗을 심었습니다. 3일 동안 그늘에 두고 흙이 마르지 않게 수시로 확인하며 물을 주고 관리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싹이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해 모종을 가만히 살펴보니 모종은 개미 떼의 습격을 받아 속이 텅 빈 씨앗만 남아있었습니다. 개미 떼를 물리치기 위해 급기야 개미 약을 놓기에 이르렀습니다.

 


 


 

개미 떼에게 습격을 당하고 풀이 죽은 농사 초보 활동가에게 농사 담당을 했었던 활동가는 "세상에 참 쉬운 일이 없지~" 말을 건넵니다. 그리곤 이내 "개미?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하더니 그동안 농사를 지으며 겪었던 일들을 들려줍니다. 태풍이 와서 몇 달을 정성 들여 길렀던 토마토가 한 번에 줄기가 꺾여버렸던 일, 내내 건강하게 자라던 작물이 일주일 출장을 다녀왔더니 벌레의 습격을 맞아 뿌리째 뽑아내야 했던 일, 연약한 작물들이 거센 장맛비에 휩쓸려 내려갔던 일 등. 거짓말 조금 보태(^^)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작물들이 죽어 나갈 때 누군가는 농사짓는 일을 그만두라고 하기도 합니다. 젊은 농사 초보 활동가들이 열정을 가지고 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이나 이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데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니 자본주의의 논리에서 보면 이것처럼 비효율적인 일은 없으니까요.



싱싱한 깻잎



부추전



열무 된장 무침



스위트콘


 

꺳잎 뜯는 모습


하지만 작물이 병충해를 입고 죽었을 때, 영양분이 부족해 죽었을 때 이런 실패의 경험들은 쌓여 성장을 위한 거름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밭에서 막 따온 싱싱한 상추와 깻잎으로 쌈을 싸 먹고, 부추로 고소한 전을 부쳐 먹기도 합니다. 열무를 데쳐 구수한 된장에 무쳐 놓으면 밥 한 공기는 뚝딱 입니다. 알이 꽉 찬 달콤한 스위트 콘은 든든한 간식입니다. 몸소 농사를 지으며 이 음식이 내 앞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의 은혜가 있음을 깨닫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웁니다. 흙 속의 씨앗이 조금씩 자라 싹을 틔우듯 리틀 포레스트에서도 자급자족이라는 꿈의 씨앗은 자라고 있습니다.


내일은 개미 떼에게 습격을 받은 모종판에 씨앗을 새로 심을 예정입니다. 모종이 잘 자라면 반가운 소식을 또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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