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JTS | 작성일 | 2011.08.31 | 조회수 | 229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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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인도네시아]오랜 전통 ‘고똥로용(Gotong Royong)’에서 JTS의 원칙을 찾다 |
일년 내내 뜨겁게 비치는 태양아래 누렇게 잘 익어가는 벼들은 보며 깜뿡 삐낭의 빠사르 두리안 (Pasar Durian) 마을에 도착해 보니, 벌써 열댓 명의 마을 사람들이 모여 족히 세 아름은 되어 보이는 젱꼴 (Jengkol) 나무를 도끼로 찍어내고 있었다. 작업을 하던 현지인에게 젱꼴이 어떤 식물인지 물으니, 아무리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 건강식품이며 특유의 성분 때문에 젱꼴을 먹고 오줌을 누면 강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나중에 기회가 있어 식당에서 젱꼴을 먹어보니, 우리나라의 은행과 같이 약간 씁쓸하면서도 쫄깃한 맛이 있다.
젱꼴 나무를 비롯하여 여섯 그루의 팜 오일 나무가 잘라지고, 거대한 나무동이를 사람들이 모두 모여 낑낑대며 밀어내는 모습을 보니 몸이 근질거렸다. 그래서 주민들 틈에 끼어 힘을 보태니, 어느덧 넓은 유치원 부지가 드러났다. 루북바숭 교통건축담당 공무원인 줄 (Zul) 씨는 유치원의 예상 크기와 대문이 들어설 방향 등을 상세히 일러 주셨다. 이곳에 유치원이 건설되면 이 마을 아이들의 유치원 통학 거리가 3~4 Km에서 1~2 Km안으로 단축된다고 한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자 마을 주민들이 땀을 식힐 겸 티타임을 가졌다. 부녀자들과 아이들도 나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나는 날씨에 그들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권하며 이야기를 청했다. 까르또노(Kartono) 씨는 이번 유치원 공사를 책임질 마을 공동 노동 조직의 대장이라고 한다. 그외에도 부대장과 재정 책임자, 후원담당, 노동담당, 고똥로용 담당 등 제법 체계를 잘 갖추고 있었다.
지난 2007년 2학기에 중부자바의 족자카르타(Yogyakarta) 에서 인도네시아어 공부를 할 때 읽기 지문으로 ‘고똥로용(Gotong Royong)’에 대해 배운 적이 있다. 주로 마을에 머스지드 (Mesjid : 이슬람교 사원) 등 큰 건물을 지을 때,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주민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으고, 그렇지 않다면 정해진 날짜에 나와서 벽돌을 나르는 등 품앗이를 한다. 만약 양생이나 미장 등 공사에 필요한 특별한 기술을 본인이 갖고 있으면 본인의 재능을 나눌 수 있고, 일가 친척 중 그 재주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다른 마을에 살더라도 대신 나와 일해줄 수 있다., 이렇게 마을 사람들 모두가 마을의 공동 작업에 자신이 가진 것을 조금씩 나눔으로써, 공공 시설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질 수 있다. 아마 우리 JTS 가 추구하는 ‘원자재 지원 원칙 (Help them who help themselves)이 이 나라의 오랜 전통에 이미 녹아 있는건 아닐까?
이날 저녁에는 에코와 숭에자리앙의 머스지드에서 열린 마을 회의에 참가했다. 인도네시아어로 강을 뜻하는 ‘숭아이(Sungai)와 그물이라는 의미를 가진 자링안(Jaringan)’을 이 지역에서 널리 쓰이는 미낭까바우족 지방어로 발음하면 숭에자리앙이 된다. 그래서 그런지 회의 장소까지 가는 길에 수없이 많은 다리를 지나쳤다. 알라신에 대한 기도와 함께 마을 회의가 시작되었고, 사람들은 제법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이 지역의 유치원 건설에 뜻을 모으고, 공사를 담당할 공동 노동 조직을 구성했다. 내가 학교에서 전공으로 배운 인도네시아어가 아니라 미낭까바우 지방어로 회의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대강의 의미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숭에자리앙 왈리 조롱(Wali Jorong : 우리의 마을 이장)의 정리발언에 따르면, 지난 30여년간 급속히 자본주의화되면서 이 지역의 아름다운 전통인 고똥로용이 점점 사라져 가는데, JTS 와 협력하여 진행 하는 이번 유치원 건설 사업을 통해 이 지역의 아름다운 공동 노동 문화를 복원하여 향후 계획된 머스지드 증축에도 적극 활용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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