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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엄마, 함께 힘내요 맑고 파란 가을 하늘에 흰 구름 동동 떠가는 9월의 마지막 일요일 17명의 JTS 자원봉사자들이 하늘색과 똑 닮은 JTS 조끼를 입고 나섰습니다. 한 사람은 쌀, 된장, 식용유, 부식 등의 식료품세탁세제, 비누 등의 생필품이 빼곡히 담긴 묵직한 상자를 어깨에 메고, 다른 사람은 쌀 포대와 파운드케이크를 가슴에 안고, 또 다른 사람은 러시아어가 적힌 인사말을 들고 골목골목 고려인 엄마들을 찾아갔습니다. 한 달여간 고려인을 알아가며 감동 속에 준비해 온 꾸러미를 이고 지고 고려인 엄마들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날씨처럼 화창합니다. ‘고려인 엄마, 같이 힘내요.’라고 적힌 현수막도 예쁘게 나와 기분이 좋습니다.  

이번에 지원하게 된 28가구의 고려인 여성들은 대부분 남편이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할머니, 할아버지의 고향 한국에 와 힘겹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국내의 어려운 여성 가정을 돕고 싶다는 하퍼스바자 잡지사와 배우 조인성 님의 후원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 사업을 함께 준비한 두 분의 자원봉사자들도 각각 화장품과 손수건을 후원을 해주셔서 고려인 엄마들에게 더욱 살가운 선물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여러분은 고려인들에게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그들의 피땀어린 역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보시죠. 
일제강점기시대 일제의 압제를 피해 연해주로 건너간 조선인들은 그곳에 정착하여 독립운동을 하거나 부를 축적하여 그 후원 세력이 됩니다. 그런데 1937년 일본을 의식한 소련에 의해 갑자기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당하게 되고 이들은 자신 스스로를 고려인이라 부릅니다. 현재 50만의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에 흩어져 있는데, 소비에트 연방 해체 후 독립국들이 자민족 우선 정책을 펴면서 차별이 심해지고 삶이 팍팍해진 고려인 2, 3세들은 다시 연해주와 대한민국으로 상당수 이동하게 되었습니다.국내에는 약 7~8만명의 고려인이 현재 살고 있습니다.

  

어렵게 할머니, 할아버지의 나라에 왔지만 대한민국 국민도 아니고 다문화인도 아닌 외국인의 신분이라 의료보험과 학비를 포함해 복지혜택이 거의 없습니다. 또한 한국어 소통에 문제가 없는 새터민이나 조선족과 달리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고려인들은 한국 생활이 너무 힘듭니다. 하루 12시간 일해 100~150만 원을 손에 쥐면, 월세와 아이들 유치원비에 비싼 의료보험료로 다 나가고 식료품 살 돈마저 빠듯합니다. 가족 중에 한 명이라도 중병에 걸리면 병원비를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한국말을 못 하는 고려인 엄마들에게 러시아어가 적힌 종이를 내보입니다.
“안녕하세요. JTS 입니다. 추석을 맞이하여 한가위 선물을 준비해왔습니다.
한국 생활 힘드시죠? JTS와 함께 힘내 주세요.”  



뼈 해장국을 좋아한다는 고려인 엄마 잔나씨는 우주베키스탄에서 갑자기 남편이 죽고 아이 둘과 한국에 왔다고 합니다. 두 아이를 키우기 위해 조립공장에 다닌다고 합니다. 안젤리카 씨의 딸 디아나는 최근에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 어깨뼈가 부러져 병원비가 150만 원 가까이 나왔습니다. 다행히 JTS를 통해 타 단체의 긴급의료비 지원으로 연결되어 무사히 수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따찌아나씨는 한국에 함께 들어온 남편이 갑자기 두 달 전에 자다가 사망해 두 아이와 힘겹게 살고 있습니다. 큰딸 아나스타샤는 고1인데 한국말을 제법 합니다. 쌍둥이 엄마 나제스다씨는 우리의 방문으로 잠에서 깨 퉁퉁 부은 피곤한 얼굴로 나왔습니다. 1주일마다 주야가 바뀌는 일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건강하고, 엄마들은 씩씩합니다. 


지원 물품을 내려놓고 돌아서는 마음이 가볍지 않습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이렇게 어렵게 살고 있는지 몰랐다는 죄책감과 지금 대한민국인으로서 받는 복지혜택에 대한 빚진 마음이 들었습니다. 골목으로 나오니 가을 하늘은 여전히 화창합니다. ‘고려인 엄마, 함께 힘내요.’라는 현수막 문구가 무색하게 엄마들은 지쳐 있을 틈이 없습니다. 힘을 내야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지원 꾸러미를 들고 간 우리였습니다. 

12월에 2차 지원을 남겨두었습니다. 1월 1일은 고려인들에게 1년 중 가장 큰 명절이라 하니 그때에는 조금 더 정성을 들여 준비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의 대한민국,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그 인연의 빚, 이제는 우리가 갚아야 할 때란 걸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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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댓글 2개
  •  반야지
    2020/10/12 18:04

    우리의 조상들이 독립운동을 할 수 있도록 후원했던 후손들이 대한민국에 들어와 어렵게 살고 있어 마음이 아프네요. 그래도 JTS 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렸다고 하니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고맙습니다.

  •  감로안
    2020/10/16 09:14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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