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구호

새벽 4시30분에 알람이 울렸다.
오늘은 무척 바쁜 날이다. 6곳에 배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제 3개 마을에 구호품을 전달하고 저녁 8시30분경 부키팅기에 도착하자마자 오늘 구호품 전달에 필요한 텐트, 책가방, 밥솥, 후라이팬 등을 비가 내리는 가운데 탑차 한대에 가득 실어놓았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는 중국계 불교인들(어른9명, 어린이5명)이 자원봉사를 하여 학교별로 배분해야할 학용품을 구분하고, 공책에는 JTS 도장을 찍고, 연필 2자루, 볼펜 3자루, 지우게, 연필 깎기 등을 필통에 넣고 다시 비닐 포장을 하여 박스에 넣은 후 새벽에 다른 용달차에 싣기로 하고 숙소로 돌아오니 밤 11시다.
 

오늘은 분배해야할 지역이 서로 멀리 떨어져있고, 4개 마을을 방문해야했기에 일찍 서둘러야했다.
새벽 5시30분에 구호품이 보관되어있던 중국절(Wihara Buddha Sasana)로 가니 현지 자원봉사자와 용달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부지런히 구호품을 싣고 예정시간보다 10분 늦은 6시 10분에 구호 현장으로 달려갔다. 갈 길이 멀고 바빠서 아침 먹을 생각도 하지 못하였다. 우리가 탄 차량과 텐트, 책가방, 밥솥, 후라이팬을 실은 트럭과 학용품과 교복을 실은 용달차 세대가 나란히 달렸다.

예정대로 순조롭게 진행되던 것이 돌발 상황이 발생하였다,.
1시간정도 달려가다 부키팅기에 있는 트럭회사에서 급작스런 연락이 왔다. 구호품을 실은 탑차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황당했다. 구호품을 싣고 갈 트럭을 운전기사가 다른 차를 몰고 온 것이다. 하루 일정이 짧을 것 같아서 어제 밤늦게, 오늘 새벽부터 움직였던 것들이 허사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계획은 아침8시전에 도착하여 북킷말린당 주민들에게 구호품을 분배해주고, 도중에 루북바숭에 내일(11/8)나눠줄 구호품을 내려놓고, 다시 빠리야만 지역으로 이동하여 학교 두 곳에 학용품을 전달한 후 다시 깜풍 글란풍 지역 주민 100가구에 쌀을 전달하는 것으로 일과를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구호품 분배할 마을마다 거리가 멀리 떨어져있어 제시간에 도착해서 분배를 신속하게 해야 하루 내에 일과를 마칠 수 있는 스케줄이었다.

그런데 출발 1시간 만에 일이 발생한 것이었다.
어제 밤늦게까지 열심히 실어놓은 트럭이 바뀌었다. 설마 트럭이 바뀌리라고는 생각도 못하였었다.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 우리 트럭으로 바꾸어야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와 같이 가던 트럭을 돌려보내고, 부키팅기에서 구호품을 실은 트럭은 북킷 말린당 쪽으로 이동을 하다 중간에 만나서 바꾸어 오기로 하였다. 그리고는 우리는 마을 주민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달려갔다.




북킷 말린당
에 도착하니 8시50분
주민들은 벌써부터 와서 나무 그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이 쌀을 실은 차가 비슷한 시간에 도착하여 준비를 할 수 있었지만 밥솥과 후라이팬이 도착하지 않아서 진행할 수 없었다. 쌀이 도착하고 배분할 수 있도록 세팅하였다. 그때 마을리더인 자누딘이 몇몇 아주머니들과 함께 어떤 쌀이 왔는지 쌀부대에 구멍을 내서 쌀을 살펴보더니 자기들끼리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옆에 있던 아주머니들도 좋은 쌀이라고 환한 표정이었다.

배분을 위해서는 밥솥과 후라이팬을 실은 트럭이 와야 했는데 얼마만큼 왔는지 알 수도 없었다. 신호가 잡히지 않는 산골 지역이라 연락도 안 되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 학생들에게 학용품 세트를 나눠 주기로 하고 이동하는데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도착하였다. 학용품 나눠주려고 하니 교사와 학생들이 준비가 안 되었다.
그래서 교사들에게 학용품을 신속하게 분배할 수 있도록 준비해줄 것을 요청하고, 다시 쌀과 밥솥, 후라이팬을 분배하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여러 곳에 흩어져있던 308명의 주민들을 부르고 줄을 세우려고 했지만 사람들은 줄을 서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구호품 앞에 앉아있으면 빨리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앞줄로 꽉 앉아버렸다. 박지나 대표는 구호품에서 사람들을 뒤로 물러서게 한 후 5줄로 차례대로 앉혔다.
그래도 사람들은 구호품 앞에서 벗어나지 않아서 직접 사람들을 조심스럽게 줄이 서있는 곳으로 이동하도록 하였다. 그렇게 줄을 세워 정렬한 후 분배를 시작하였다. 마을 주민가운데 15명이 자원봉사로 배분하는데 함께 하였다.

11시에 구호품 분배를 시작하고 줄을 서서 차례차례 받아가니 30분 정도 만에 구호품 분배가 끝났다. 전날 방문하여 마을리더에게 분배위치와 분배 방식에 대해서 설명해준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마을 리더는 전날 마을 주민들에게 쿠폰에 이름과 번호를 적고, 전체 명단에 번호와 이름을 적었다. 오늘 구호품을 분배할 때 쿠폰을 받아서 쿠폰 번호와 명단에 있는 같은 번호를 비교 점검하면서 배분을 하니 속도가 빨랐다. 사람 이름을 부르고, 쿠폰을 받아서 다시 명단에 체크하는 방식보다 몇 배 이상 빠르게 진행되었다.

쌀 20kg을 머리에 이고, 옆에는 밥솥과 후라이팬을 끼고 강을 건너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웃으면서 ‘마가시(고맙습니다), 마가시(고맙습니다)’ 하였다.

이어서 학교로 이동하여 학용품 분배를 하였다. 학교에 가니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교사들과 함께 학용품을 전달할 수 있도록 준비한 후 나눠주기 시작하였다.




모두 마치고 나니 1시30분.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바뀌지 않았더라면 벌써 다른 마을에 도착하여 분배가 시작되거나 마칠 시간에 한 곳을 겨우 끝냈다.

시간을 점검하니 남아있는 학용품 분배와 쌀 분배 두 가지를 다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 학용품을 전달하기로 한 빠리야만의 두개 학교는 일정을 하루 연기하여 일요일에 배분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깜풍 글란풍으로 달려갔다.

가는 도중에 먹구름이 몰려온다. 혹시 분배를 하는데 비가 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많이 했다. 비가 오면 쌀을 나눠주기가 힘들기 때문이었다. 이 마을은 지진 피해를 입은 사람들 중에서도 더 어렵게 살아가는 100가구에게만 전달하기로 하였다.

우리가 도착하니 오후 4시가 넘는다. 부지런히 서둘러서 마을 주민들에게 쌀 20kg씩 나눠주었다. 다행스럽게도 구호품 나눠주는 것을 다 마치고 차를 타고 부키팅기로 돌아오는데 비가 쏟아졌다.




우리가 낮에 사전 답사 다니고, 구호품을 나눠줄 때는 날씨가 괜찮다가 일을 마치고 숙소가 있는 숙소로 돌아올 때면 장대 같은 비가 쏟아지곤 하였다. 마치 누군가가 도와주는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오늘의 구호품 분배는 계획대로 순조롭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무사히 아무런 사고 없이 잘 마칠 수 있었다.


오늘은 Bukit Malindang 마을 308가구에 가구별로 쌀 15kg(총 4,620kg), 밥솥 1개, 후라이팬 1개와 SDN06 학교에 학생 91명의 학용품 세트(책가방, 교복, 공책 3권, 지우개, 연필 깎기, 연필 2자루, 볼펜 3자루, 자, 필통), SDN17 학교 학생 48명의 학용품 세트(교복, 공책 3권, 지우개, 연필 깎기, 연필 2자루, 볼펜 3자루, 자, 필통)와 Kampung  Glanpung 마을 100가구에 가구별 쌀 20kg씩 총 2,000kg을 지원하였다.


-글 : JTS활동가 최기진(인도네시아 지진피해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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