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구호

이 집은 이번 저희 프로젝트 지원가구입니다
또한 제가 자주 가는 집이기도 하구요. 놀러도 가고 일 때문에도 가고
물론 저희 사무실에서 가까이 있으니 편한점도 있어서겠지만
집주인이 저와 동갑이라 아무래도 부담이 없으니 자주 찾아가게 되더군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 동네에 5가구가 있는데 이중 3가구가 한국과 인연이 있습니다.
먼저 2가구는 이번 저희 프로젝트 지원대상 가구이구요.
나머지 한 가구는 그 집 딸이 한국에서 돈을 벌어와 지은 집입니다.
또한 그 돈으로 동네에 전기까지 들여와 모든 집이 전기혜택을 받고 있으니,
그렇게 따지면 5가구 모두 한국과 인연이 있다고 해야 되겠네요.

그리고 이 동네는 예전 저희와 마찬가지로 씨족공동체입니다.
그런데 저희와 다른 점은 아버지쪽이 아니라 어머니쪽이죠.
눈치가 빠른 분이라면 이 정도만 설명해도 이해하셨을 겁니다.
네, 맞습니다. 이 지역 서부수마트라는 모계사회입니다.
그래서 땅과 집, 즉 재산이 모두 딸에서 딸로 내려오죠.
쉽게 얘기해 여자가 경제권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니 혼인 또한 당연히 데릴사위제겠죠.
남자쪽이 농사지을 땅을 가지고 있는 여자한테 와야지.
여자쪽에서 땅 한 평 없는 남자한테 가진 않겠죠.
이렇게 남자들이 하나 둘 장가를 오고 여자들이 분가해
옆에 한 채 한 채 짓다보면 이 동네처럼 자연스럽게 모계공동체 마을이 형성되죠.
물론 동네 대장은 할머니입니다.
손자손녀들도 할머니집에 놀러간다고 그러지
절대 할아버지집에 놀러간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남자들이 바깥에서 장사나 사업을 해서 큰 돈을 벌어와야
그나마 큰소리라도 칠 텐데, 그렇게 벌 수 있는 남자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러니 여기 남자들은 모두 집안에선 조용히 지냅니다.
그리고 이 동네 한 남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런 얘기를 하더라구요.
젊어서 노동력이 있을 때나 집 안에서 잘 수 있지
나이들어 노동력이 떨어지면 부엌으로 쫓겨난다고,
참고로 이 지역은 아직도 나무를 때서 밥을 해먹는 집이 많기 때문에
부엌은 사진에 나와있는 것처럼 집 뒤쪽에 움막처럼 따로 마련합니다.

전부터 있어왔던 의문점 하나,
집집마다 점검을 다니면 왜 이렇게 여자들이 나설까?
더구나 여긴 무슬림국가가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추측해나가니 의문점이 풀리더군요.
물론 집에 대한 결정권은 가부장제 사회인 한국에서도 여자들이 많이 관여하긴 하지만
뒤에서 남자들의 입김이 작용하는 부분을 간과할 수 없죠.
그런데 여기는 그런 차원이 아닙니다.
앞이 됐건 뒤가 됐건 집안 남자의 입김이 작용할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집을 짓는 것도 재산권 행사라고 본다면,
남자들은 그 권리에서 저~만큼 멀리 떨어져 있는 거죠.
즉 재산권행사는 여자들의 권리이자 남자들이 넘볼 수 없는 영역입니다.
그래서 집을 어떻게 짓느냐에 대한 최종결정은 할머니나 딸이 하는 겁니다.
아들이나 사위가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기 재산이 아니니까.
물론 이지역도 점점 자본주의화 되어가면서 예전의 그런 전통들을
액면 그대로 적용시킬 순 없겠죠.
그러나 우리나라도 근대화된 이후 한참동안이나 아니 지금까지도
전근대적인 가부장제 관념들이 사회 밑바탕에 많이 깔려있는 걸 보면
여기 또한 사회가 외형적으론 많이 변해도 가모장제(?) 관념들까지 쉽사리
바뀔 것 같진 않더군요.

참고로 저는 이 한국에서 태어난 걸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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