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활동

함께 만드는 행복

- 서른세 명의 봉사자와 함께한 작은 음악회

함께하고 글쓴이 안양지부 JTS - 이종명 활동가 

 

“우리가 모금한 돈 천 원으로 굶주리는 아이 두 명을 살릴 수 있단다.”

“아빠, 근데 이건 구걸하는 거 아닌가요? 거지처럼요.”

“아니. 내가 먹고살기 위해 하면 구걸인데, 남을 돕기 위해 모금하는 것은 봉사란다.”

아무리 취지가 좋고 선한 행동이라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다가가 부탁해야 한다는 것이 정말 마음에 내키지 않았습니다. 이곳 안양에서 평생을 살아서 아는 사람도 많은데다가, 나름 이 지역에서 체면이 있는 제가, 한적한 곳도 아니고 안양의 가장 번화가인 범계역 광장이라니. 부담감이 몰려왔습니다.



 

“아들, 너도 부담되고 아빠도 부담되니 역할 분담을 해보자. 그냥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만 해라. 그럼 나머지 부분은 아빠가 말 할게. 저기 걸어오는 분한테 한 번해볼까?”

“안녕하세요.”

“저희는 국제구호단체 JTS에서 나왔습니다. 밥이 없어 굶어 죽는 아이가 있습니다. 학교가 없어……”

어라.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그냥 무시하고 지나갑니다. 오히려 오기가 생깁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국제구호단체 JTS……”

이렇게 한 열 번 정도 하고 나니, 아들과 저 모두 말이 자동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어떤 아기 엄마가 천 원짜리 한 장을 모금함에 넣어 주었는데, 아들과 저는 너무 감격스럽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천원의 가치가 우리 두 사람에게 이렇게 크게 다가올 줄은 상상도 못했었습니다.

점차 익숙해지고 기술도 조금씩 쌓이면서 모금 성공 확률도 높아졌습니다. 끝나고 보니 모금함에 제법 많은 성금이 쌓였습니다. ‘최소한 아이 오십 명은 살렸다’하는 뿌듯한 마음을 아들뿐만 아니라 봉사 참가자 모두와 나눌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하지?’라는 두려움이 어느새 마음속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이렇게 아들과 어설프게 시작한 거리모금 봉사가 어느덧 2년이 되었습니다. 지금 저는 안양지부 JTS 거리모금 담당자가 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새로이 참여하는 봉사자들의 사전 교육을 담당하면서, 거리모금 비결을 전수하기도 합니다. 처음 봉사활동을 오시는 분들의 마음을 알기에 “정말 어렵지 않아요. 말을 길게 하면 안 돼요. 인사만 잘해도 됩니다. 모금 많이 할 생각 하실 필요 없어요. 그냥 가볍게 해보세요. 그러면 정말 많은 걸 스스로 배울 수 있습니다.”라고 제법선배다운 이야기도 한답니다.

지난 10월에는 범계역 광장 중앙무대를 빌려 작은 음악회와 함께 거리모금을 진행했습니다. 올봄에 처음 시도했었는데, 색소폰 연주와 봉사자 자녀들의 클래식 악기 연주를 함께하니, 봉사자들의 참여율도 높고 시민들의 반응 또한 좋아, 이번에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무대를 준비하고 나니 봉사자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책상을 펴고, 현수막을 붙이고, 포스터를 세우고, 모금함을 챙기는 능숙한 봉사자들의 손놀림으로 순식간에 모금 준비가 끝났습니다. 거리모금 노래를 힘차게 부르고 모금을 시작했습니다. 색소폰 연주가 시작되고, 음악 소리에 맞춰 모금함을 가슴에 꼭 안은 봉사자들이 시민들과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중간중간 JTS 모금 취지를 알리는 한경림 활동가의 간절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울려 퍼지고, 안양지부의 예쁜 춤꾼들이 오정희 활동가의 기타반주에 맞춰 ‘행복해요’라는 노래와 율동을 선보였습니다. 무대에서 공연하는 사람들과 모금함을 들고 모금하는 사람들, 그리고 기꺼이 마음을 내어주는 시민들. 모두가 행복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서른세 명이라는 최대 봉사자들이 참가한 이번 거리모금을 통해 616,710원을 모금했습니다. 천여 명의 굶주리는 아이들을 살리는 일을 해낸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봉사자들과 시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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